Page 103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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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 세계가 처음 생성될 때 카오스(혼돈), 가이야(대지), 타르타라―
            지하세계로 일반적으로 타르타로스로 불린다―와 함께 태어난 신이다. 제
            우스나 아프로디테보다도 앞서 나왔다. 가장 잘 생겼고 사지를 나른하게

            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라도 그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매혹적인 신이다. 헤시오도스의 노래대로, 에로스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
            의 이성과 의지를 무장해제한다. 에로스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력
            한 힘, 그 태초의 매혹이 형상화된 신이다. 어쩔 수 없이 끌리는 힘이 작용

            해야만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땅의 여신 가야도 결합할 수 있고, 그 결합

            의 결과로 만물이 태어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우주만물은 물,
            공기, 불, 흙이라는 4대 원소가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며 생겼다 사라진다

            고 하였다. 사랑, 즉 서로에게 끌려들어가는 힘이 작동하여야만 만물이 생

            길 수 있는 것이다. 그 힘이 바로 에로스이다. 이때의 사랑은 아프로디테
            로 상징되는 달콤한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에의 에너지, 존재를 향한
            본능이다. ‘러브love’가 아닌 ‘디자이어desire’, 즉 욕망이다.

              따라서 ‘태초에 욕망이 있었다’는 명제가 성립한다. 존재를 향한 욕망이

            선행하여야 만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욕망이야말로 모든 존재, 모든 생명
            의 근원이다. 프로이트가 주목하는 곳은 바로 이 지점이다. 여기에서 프로
            이트의 리비도libido가 나온다.




              그리고 억압도 있었다


              리비도는 원초적인 생명에너지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리비도는 인간

            의 생각이나 감정, 기타 모든 행위를 가능케 하는 원초적인 에너지이다.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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