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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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려 다분히 의식의 영역인 헤겔의 정신 개념으로는 그가 말하고 싶었던
           무의식의 세계를 결코 드러낼 수 없다고 보았을 것이다. 프로이트가 말하
           고 싶은 인간의 내면세계는 육신에 내재하며, 자연을 초월하지 않는다. 자

           연과 육체 속에 공존하며 상호의존적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차라리 영어의 ‘mind’를 살려 심리분석학心理分析學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번역을 직업으로 갖고 있
           는 사람의 직업의식이겠으나, 확실히 프로이트의 ‘Psyche’에는 ‘Geist’로는

           포괄할 수 없는, 그래서 ‘정신’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마음’의 깊은 세

           계가 있다.


             프시케는 그리스 어느 나라의 막내딸로 태어난 공주이다. 사람들의 칭

           송과 경배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미모가 뛰어나서,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

           테의 질투와 미움을 사게 된다. 하지만 프시케는 아프로디테가 내린 가혹
           한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에로스Eros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이상이 에로스와 프시케 신화 ―에로스와 프시케 신화는 저본에 따라 내

           용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를 따랐다.―의 간단한 줄거리인데, 프로이트가 이 신화에 주목한 이유를
           음미해본다.
             프시케의 미모는 인간의 내면에 간직되어 있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비유

           한다. 선천적이며 원초적인 아름다움, 불교로 말하면 자성청정심自性淸淨

           心과도 같은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 타고난 그대로의 자
           연, 그 아름다움을 모든 사람들은 동경하고 경배한다.
             자성청정심이 모든 중생의 불성이듯, 프시케의 미모 또한 모든 인간의

           본성이다.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순수하며 아름다운 여래장如來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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