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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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트는 리비도를 다만 성적 욕망에 특정함으로써 많은 비난을 야기했지
만, 성욕이 리비도의 주요 특징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
은 리비도가 성욕으로 한정되느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억압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프로이트가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이 원초
적 에너지의 억압이다.
프시케는 아프로디테가 내린 과제, 즉 여러 잡곡이 가득 섞여 있는 방에
서 한밤중에 콩을 골라내는 일, 사람을 잡아먹는 사나운 양의 털을 깎아 오
는 일, 그리고 지하세계로 내려가 스틱스 강물 한 양동이를 길러 오는 과제
를 해낸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프시케가 아폴론 신의 도움으로 과제를 완
수하였다고 하여, 마지막으로 인간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제를 준다. 저승
세계로 내려가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을 바구니 가득 담아 오는 일이다.
이 과제는 인간으로써는 불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산 인간은 결코 저
승에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죽어서 갔다가 다시 살아서 돌아와야 가능
한 일. 하지만 에로스를 향한 뜨거운 열망은 인간 프시케로 하여금 그 불
가능한 과제를 완수하게 만든다. 프시케는 지하세계로 내려가 한 바구니
에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고 지상으로 올라온다. 그리고 금지
는 깨지기 위해 있음을 증명하듯, 절대로 열어보아서는 안 된다는 바구니
뚜껑을 열고, 영원히 깨지 못하는 잠에 빠진다.
프시케가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인간으로 서기 위한 통과의례를 비
유한다.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며 획득한 것들은 곧 인간의 조건을 함축한
다. 한밤중에 잡곡에서 콩을 골라내는 일은 사물과 선악의 분별력을, 난폭
한 양의 잠은 거친 욕망에 대한 통제력을 나타낸다. 그리고 지하세계를 다
녀오는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의 초월을 담고 있다. 결국 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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