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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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로 세상 읽기 3
‘흉내 내기’에서 벗어나기
김군도 | 자유기고가
“구지화상은 누가 뭐라 물어도 다만 손가락을 들었다. 후에 동
자가 있어 어느 때 방문객이 묻었다: “스님께서 어떤 법요를 설
하던고?” 동자 역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화상은 이 말을 듣
고 칼로 동자의 그 손가락을 잘랐다. 동자는 아파 통곡하며 달
아날 때 화상이 불렀다. 동자가 머리를 돌리자 이때 화상이 손
1)
가락을 들어보였다. 동자는 홀연히 깨쳤다.” (『무문관』 제3칙)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은 모방이다.”고 말했다. 예술의 높고
깊은 경지도 처음에는 ‘흉내 내기’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느 경
지에 올라섰는데도 ‘흉내 내기’가 계속 지속된다면 곤란하다. 그대로 남의
것을 따라하는 흉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문관』제3칙 ‘구지수지俱胝竪指’에 등장하는 동자승은 스승의 흉내를
아주 잘 냈는가 보다. 스승 구지화상은 누가 뭘 물어 와도 손가락을 들어
보일 뿐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도 ‘구지’로 불렸다. 옆에서 이를 지
1) “俱胝和尙, 凡有詰問, 唯擧一指. 後有童子, 因外人問: ‘和尙說何法要?’ 童子亦竪指頭. 胝聞遂以刀斷
其指. 童子負痛號哭而去, 胝復召之. 童子廻首, 胝却竪起指, 童子忽然領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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