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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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없는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 자기만의 산풍山風이 없다. 스님들은 활
           구活句보다 사구死句에 익숙하고 대학교수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법
           어를 아무렇지 않게 설파하고 있다. 교화와 포교에 정말로 부합하지 않은

           무익한 법어들 일색이다.



             아류 아닌 본류로 살아가야



             반면 이런 풍토 속에서도 과거 성철 스님이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성철 스님은 그만의 독특한 지도력으로 한국불교
           의 격을 높였다고 평가된다. 그가 이따금씩 속세에 전해오는 법어는 사람
           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 예를 들어보면 1986년 부처님오신날 법어는 압권

           이다.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거룩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일이니

           축하합니다. 술집에서 웃음 파는 엄숙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일
           이니 축하합니다. … 넓고 넓은 들판에서 흙을 파는 부처님들, 우렁찬 공
           장에서 땀 흘리는 부처님들, 자욱한 먼지 속을 오고 가는 부처님들, 고요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농익어 있는 선지禪旨와 속인들의 아픔과 애환을 달래는 활구로 부처님
           오신 참뜻을 살린 이 표현들은 지금도 누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명법문으
           로 회자되고 있다.

             성철 스님이 입적하신지 올해로 25년이 지난 한국불교는 현재 위기상

           황에 직면해 있다. 300만 불자 수 격감이란 통계는 그냥 온 게 아니다. 당
           송시대 중국선사들의 법문을 21세기 오늘날에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작
           금의 상황이 그저 가슴 아플 뿐이다. 흉내 내기에 불과한 죽은 법문을 하

           고 있는데 누가 귀 기울이고 관심이나 가져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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