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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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는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어떠한 비바람에도 무
너지지 않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흉내를 잘 내야 실패하는 법도 배
울 수 있다. 따라서 흉내 내기는 기본기를 다지는 연습이자 연마다. 아리
스토텔레스가 ‘예술은 모방이다’고 말한 이유는 흉내가 곧 탄탄한 기본기
로 다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방탄소년단. 그들이 마침내 미
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미국 인기가수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2년 연속 탑소셜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세
계적인 뮤지션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다름 아닌 연
습, 그리고 또 연습이었다. 연습은 애초 흉내 내기에서 시작된다. 발성과
안무는 처음부터 독창적인 게 아니었다. 남들의 것을 그대로 따라 하길 수
천 수 만 번. 처절하리만큼 혹독한 이런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그들만의 음
악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렇듯 흉내 내기는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이자 완성을 위한 첫걸음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는 1천7백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자랑하
면서도 ‘아류亞流’라는 비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즉설즉답卽說卽答으로
변방의 3류 인생이거나 ‘짝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통 선불교禪佛
敎를 내세우고 있으나 거의가 중국불교를 모방하는 수준이다. 또 회통불
교會通佛敎라고 하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는 ‘짬뽕불교’라는 비난을 면하
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하나다. 한국불교만의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세계를 갖지 못
한 때문이다. 흉내를 벗어나 스스로의 세계를 갖춰야 하는데 여전히 원숭
이처럼 흉내 내기에서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총림에서 나오는 법어는 여
전히 옛 중국선사들의 법문 흉내 내기와 다를 바 없고, 저마다 내세울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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