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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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는 것인가? 들판에 파릇파릇
            한 저 많은 잡초와 산에 가득한 나
            무들도 태어나 살다 사라지고 있

            다. 그런데 왜 용수보살은 생기는

            것[發生]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고 했을까? 성실하게 삶을 살아온
            독자라면 이런 의문을 당연히 가

            질 수 있다. 번역에 문제가 있나?

            아니면 용수보살이 잘못 썼나? 이
            런 의문을 가진 독자에게는 문제
            가 전혀 없다. 정상적으로 드는 의

            문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게송을

            읽고 이런 의문을 가져보지 않은                사진 8. 평양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가
                                                       번역한 『중론』.
            독자가 더 문제라고 개인적으로
                       11)
            는 생각한다.



              정말 ‘태어남’은 없는가


              용수보살은 글을 정확하게 썼고, 번역도 올바르며, 의문을 가진 독자도






            11)  이와 관련해 『오가어록·동산록』에 주목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동산양개스님이) 어린 나이에 스승을
              따라 「반야심경」을 외우다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 …’라는 대목에서 홀연히 얼굴을 만지며 스승
              에게 물었다. ‘저에게는 눈·귀·코·혀 등이 있는데 「반야심경」에선 무엇 때문에 없다고 했습니까?’
              스승이 깜짝 놀라 기이하게 여기며 다른 스승을 소개해 주었다.” 백련선서간행회, 『조동록曹洞錄』(선림
              고경총서14), 장경각, 2005,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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