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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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다. 용수보살이 첫
번째 게송에서 논파論破하
고자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다. 일반적
인 인과관계는 현상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생성
변화 등의 상황에 적용되는
규율規律이다. 이것은 현실
적 존재의 진실한 모습이
다.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
관계는 누구도 부술 수 없
다. 용수보살도 마찬가지
사진 9. 티벳어 번역본인 『중관육론』 다. 다만, 인과율에 집착해
(2011, 라싸:서장인민출판사).
원인에 자성自性이 있고, 결
과에도 자성自性이 있다는
즉 자성의 입장에서 인과관계를 대하면 이것은 잘못된 견해가 된다. 사
견邪見이 되어 버린다. 자성을 가진 원인과 자성을 가진 결과의 관점에서
태어남을 대하면 그것은 사견이 되고, 이런 사견邪見은 당연히 논파대상이
다. 그것도 철저하게 부숴야 된다.
용수보살이 태어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자성을 가진 원인과 자성을
가진 결과로서의 태어남, 그렇게 보는 관점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지, 일
반적인 현상세계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성의 입장
에서 세간의 태어남을 보는 것, 그 관점, 바로 그 점을 비판한 것이다. 문
제는 번역에 이런 맛이 들어있지 않아 독자들이 쉽게 문장을 이해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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