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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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로 세상 읽기 4
무한한 자비 ‘용서’
김군도 |자유기고가
“한 스님이 조주 화상에게 물었다. ‘오래전부터 조주의 돌다리
가 유명하다기에 막상 와 보니 그저 간단한 외나무 다리가 아닙
니까?’ 조주 화상이 대답했다. ‘너는 간단한 외나무 다리만 보고
돌다리를 보지 못하느냐?’ 스님이 ‘그 돌다리는 어떤 겁니까?’
하고 물으니 조주 화상이 답했다. ‘나귀도 건너가고 말도 건너
1)
가지.’” (『벽암록』 제52칙)
논산 대건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당시 종교과목이 있었다. 천주
교 교리를 주요하게 설명한 교과서의 맨 앞장에 ‘동양종교’를 소개하는 장
면이 있었다. 불교와 유교, 그리고 마호메트교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호메트교를 제외한 불교와 유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정의했다. 교과서는
첫째 절대자가 있어야 하고, 둘째 내세관이 존재해야 종교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가지를 갖추지 못한 유교는 철학이며, 내세관은 있으나 절대
자를 상정하지 않고 있는 불교는 오히려 철학 쪽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1) “ 擧 僧問趙州: ‘久響趙州石橋 到來只見略彴.’ 州云: ‘汝只見略彴 且不見石橋’ 僧云: ‘如何是石橋.’ 州
云, ‘渡驪渡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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