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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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천착의 결과라 할 것입니다. 이 가운데 음식에 관한 것은 비교적 가벼
            운 계율로 주로 바일제법과 중학법 등에 해당합니다만 비구 250계 가운데
            42개 항목이나 됩니다. 이렇게 음식 관련 계율 조문이 많은 까닭은 ‘입을

            벌리고 먹지 마라’, ‘핥아 먹지 마라’와 같이, 사소한 행위에서조차 위의를

            세워 음식에 대한 욕망을 통제하려 한 데 있을 것입니다.


              계율 - 욕망 해부학




              빌어먹든 벌어먹든, 잘 먹든 못 먹든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목숨이
            그로 말미암기 때문이겠지요. 부처님 재세시 인도의 풍토에서 제정된 계
            율을 지금 여기서 그대로 따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단적으로

            걸식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정신의 구현은 가능할 것입니다. 걸사乞

            士의 정신에 투철한 수행자라면 누가 뭐래도 눈 깜짝 않고 당당히 얻어먹
            어야 합니다. 그것이 ‘걸식의 품격’입니다.
              출가 수행자가 생산 활동을 하거나 쌓아 두기를 일삼으면, 재가 신도의

            보시는 바라밀이 될 수 없습니다. 만약 출가 수행자가 스스로를 복전福田으

            로 일컫는다면 그것 또한 비루한 일이 될 것입니다.
              여기 거룩한 행걸行乞의 풍광이 펼쳐집니다. 가섭 존자가 유마 거사에게
            문병을 가라는 부처님의 명을 받고, 자신은 그러할 수 없음을 사뢴 다음,

            유마힐로부터 들은 바를 전하는 장면입니다.



                옛적에 가난한 마을에서 걸식할 때 유마힐이 제게 와서 말했습
                니다.

                “대가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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