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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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만 해도 막연히 부처님을 신적神的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던
나는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정의에 호기심이 끌렸다. “그렇다면 부처
님은 어떤 존재인가?” 학교 도서관에서 『석가모니-상·하』를 빌려 읽었
다. 출판사나 지은이는 지금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당시 읽은 『석가모니-
상·하』는 모든 것이 경이로움이었고 사상적 충격이었다. 그 때 이후 읽은
수많은 부처님 일대기 어느 것도 당시 그 책의 내용과 수준을 뛰어넘지 못
한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돌이켜보면 그 책은 초기불교에 기초해 일대기를 정리한 것이었다. 신
격화가 없는 순수한 고타마의 일생은 가장 인간적이면서 뭉클한 감동을 나
에게 던져줬다. 당시 읽었던 부처님 일대기와 청소년 시절 보았던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동·서양의 철학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싯다르타』를 읽고 문학적 감수성
을 일깨우기도 했다. 올해로 헤르만 헤세가 세상을 떠난 지 56년, 그도 싯
다르타의 삶에서 자신을 각성시키는 어떤 계기를 찾았으리라 여겨진다. 무
엇보다 헤세를 변화시킨 강렬한 메시지는 ‘평화’와 ‘용서’가 아니었나 싶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헤세의 조국이다.
그는 세계대전을 모두 지켜 본 인물로서 말한다. “전쟁의 유일한 효용은
바로 사랑은 증오보다, 이해는 분노보다, 평화는 전쟁보다 훨씬 더 고귀
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뿐이다.” 전쟁을 반대한 그에게 독
일은 매국노라는 지탄을 퍼부었고 그의 책을 판매·출판금지 시켰다. 그
러나 세상은 인도주의의 새 지평을 연 그에게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여
했다.
헤세의 각령覺靈을 일깨운 불교. 신학자의 집 안에서 태어난 헤세에게
불교의 무엇이 영향을 끼쳐 소설 『싯다르타』를 쓰게 만들었을까? 불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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