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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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동안 산중대중공양을 해온 백련암. 신도들이 공양을 준비하고 있다.


              7월23일 합천 낮 기온은 39도까지 치솟았고 기상정보에 따르면 이날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푹푹 찌는 여름 무더위에도 향긋한 솔내음과 당우를

            호위하는 병풍바위가 오히려 시원함을 안겨준다는 백련암, 그러나 백련암
            도 가마솥더위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야속하게도 일점 바람마저 아쉬운
            판에 작열하는 태양은 오랫동안 가야산 하늘을 벌겋게 태우고 있었다.

              백련암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경내에 들어선 시간은 이날 오후

            2시30분. 대적광전에 들러 참배를 마치자 그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종무실에 들러 잠시 땀을 식힌 후 해우소를 찾
            았다. 해우소는 정념당 아래 공양간을 거쳐야 했다. 공양간에선 다음날 있

            을 산중대중공양을 준비하는 우바이들로 붐볐다. 각자의 자리에서 음식을

            썰고 다듬고 나누는 손길이 바빴다. 무더위가 무색하리만치 기름불통에선
            밀가루 옷을 입힌 인삼과 버섯이 뜨겁게 달구어지며 튀김요리로 재탄생하
            고 있었다. 본래 잔치집 부엌에 가면 시끌벅적하다. 수다와 바쁜 손놀림이

            어지러운 시장판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200~300명의 음식을 마련하는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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