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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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는 순전히 신도들이 의논해 결정한다. 음력 4월15일 아비라 기도가 있
            는 전날 신도들이 모여 날자를 잡는다. 이후 진행과정은 법호윤 신도회장
            을 주축으로 각 준비파트에 따라 팀이 만들어지고 팀장이 추대된다.

              올해로 산중대중공양을 실시해온지 25년째다. 24일 당일 아침 여전히

            햇살이 뜨거웠다. 신도들이 각 당우마다 배치돼 분주한 모습이다. 모든 당
            우가 공양소로서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각 당우마다 차를 마실 다대茶臺도
            따로이 설치됐다. 대중이 워낙 많은 이유다. 먼저 정념당 다각실엔 원로의

            장 세민 스님, 종진 스님, 무관 스님,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이 공양할 자

            리가 마련됐다. 정념당과 원통전엔 선방 대중들로서 비구 스님들이, 장경
            각은 비구니 스님들이 자리해 공양한다. 맨 왼쪽 대적광전 아래 관음전은
            해인사를 비롯한 산내 암자 대중 스님들과 종무소 직원들의 공양 처소다.

              부산 영도에서 왔다는 연지행 우바새. 올해로 차 대중공양을 맡아 봉사

            활동을 한 게 5년 째다. 그녀는 원통전 담당 차봉사자. 차를 선보이는 솜
            씨가 예사롭지 않다. ‘홍화’ ‘매화’ ‘연꽃’ 등 이런저런 종류로 진열해놓은 다
            대가 프로에 가깝다. 실제로 그녀는 부산지역에서도 다 전문가로 이름이

            높다고 한다. 시원한 말차를 나에게 맛보라며 권한다. 맛이 가히 일품이다.

              오전 9시30분 정도가 되자 대중공양을 위한 모든 세팅이 완료됐다. 일
            부 신도들은 백련암 현판 아래 입구에 내려가 대중공양을 위해 올라오는
            스님들 마중에 일찍이 나섰다. 대중공양은 오전 11시 부처님께 올리는 사

            시공양, 즉 마지가 끝난 직후 시작된다.

              10시를 넘으면서 백련암 입구가 바빠졌다. 삼삼오오 도반들과 담소를
            나누며 올라오는 스님들은 마치 소풍 나온 학생들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봉고차를 이용해 단체로 오기도 하지만 무리를 지어 걸어 올라오는 스님

            들이 대부분이다. 시간에 맞춰 산중 어른이신 원로회의의장 세민 스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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