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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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진·무관·향적 스님이 백련암에 함께 도착했다. 원택 스님이 일행을 맞
이했다. 성철 스님 등상等像이 봉안된 고심원古心院에 들러 참배하고 내려
온 일행은 바로 공양장소인 다각실로 이동했다. 이들 원로 중진 스님들에
겐 여러 반찬과 함께 밥, 된장찌개, 자연송이국이 제공됐다. 동시에 다른
당우에서도 대중공양이 본격 이뤄졌다. 12종류 24찬이 뷔페식으로 차려진
가운데 이중 메밀은 시원한 육수와 함께 개인적으로 배급됐다. 메밀은 찰
지고 고소할 뿐 아니라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가장 인기를 누렸다. 그냥
만든 게 아니라 전문가의 손으로 뽑은 메밀이라고 했다.
이날 준비된 공양물은 거의 다 비워졌다. 200명을 넘는 예상보다 많은 대
중이 오기도 했지만 저마다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어 모처럼 과식을 즐긴 탓
도 있다. 백련암 대중공양이 봉행되는 날은 해인사 큰절과 암자들이 텅텅 비
는 날이기도 하다. 큰 절 3직 이하 선원 율원 강원 대중이 모두 올라온다. 다
시 말해 가야산 축제로서 대중 스님들이 백련암으로 소풍가는 날이다. 한 끼
맛있는 공양도 대접받고 성철 스님께 무언無言의 화두 점검도 받는다.
대중공양을 올리는 신도들도 기쁘긴 마찬가지다. 스님들에겐 일 년에
단 한 번 한 끼의 식사에 불과하지만 신도들로선 수 십 수 백 명이 몇 달을
준비해 이날 하루 전심을 다한다. 개개의 불성에 자양滋養을 대는 것 이상
의 보람이 또 어디 있는가? 모든 것이 정성이고 낱낱이 불심이다.
대중공양이 끝나고 설거지까지 모두 마친 후 장경각에서 열린 팀장 평
가회의에서 원택 스님은 고생한 신도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리곤 내년 보수공사가 한창인 장경각이 완공되면 이를 기념하는 대중공
양을 성대히 개최하자고 했다. 신도들은 보람을 안겨주는 대중공양 전통
이 먼 훗날까지 계승될 수 있도록 자연스런 세대교체 등을 거론하며 이날
평가회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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