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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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암 공양간은 분주하면서도 질서정연하다. 시끄러운 듯하나 정적靜的이
다. 대중공양 봉사를 위해 움직이는 50여 명의 우바이와 3명의 우바새들
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매우 잘 알고 있는 듯 익숙하게 곳곳에서
제 역할들을 해낸다.
특히 우바새들은 정예군처럼 높은 천장의 먼지와 거미줄을 제거하고 무
거운 짐을 운반하는 등 자신들의 존재성을 은연중 과시한다. 세련된 하모
니를 연출하듯 이렇게 신도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기 이를 데 없다. 수천
마리의 새가 일시에 하늘을 비상해도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는 것처럼, 행
렬과 무리 속에 있어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들처럼 신도들은 익숙하게
대중공양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의 움직임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아내면
서 어느덧 나 자신도 차분한 관찰자로 변해갔다. 그러다보니 경내 당우와
주변의 자연물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도량 마당을 떡 차지하고 있는 바위
는 예사롭지 않다. 거북이 형상 바위 위에 부처님 옆모습을 닮은 바위, 불
면석佛面石이라고 불린단다.
백련암을 둘러싼 산세山勢도 범상치 않다. 전해들은 말에 의하면 백련암
은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형국이라 긴장감이 있고 우레를 칠 듯한 기상이
맴돈다고 했다. 과연 성철 스님이 왜 ‘가야산의 호랑이’로 불렸는지 알만하
다. 물론 선객들과 신도들을 대하는 매서운 스님의 성품을 빗댄 별명이기
도 하지만 당신이 주석했던 지리적 환경에서도 충분히 상징될 별칭이었으
리라 짐작된다.
이날 신도들이 준비한 공양물은 총 12종류에 걸친 24개의 가짓수. 일일
이 열거하면 이렇다. 메밀, 유부초밥·영양밥·김밥, 찐만두, 버섯 탕수
이, 더덕구이·연근강정, 인삼튀김, 무초말이, 치즈김말이, 갓김치·배추
김치, 장아찌(새송이·매실·우메보시), 과일(체리·용과·골드키위·수박), 떡(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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