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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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있었다. 이들의 신앙적 요구도 상좌부·대승계 경전이 번역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뤼청은 지적한다. 20)
지루가참이 번역한 경전 가운데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도행반야경』
이다. 구마라집과 승조가 흥성시킨 분야가 반야학이기 때문이다. 흔히 구
마라집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중국불교의 반야사상을 연구한다. 179년 지
루가참이 『도행반야경』을 옮긴 때부터 구마라집이 장안에 들어온 401년까
지를 전기前期, 구마라집으로 부터 길장(吉藏. 549∼623)까지를 후기後期로
볼 수 있다. 후한 영제 광화 2년(179) 지루가참이 옮긴 『도행반야경』 10권;
오나라 손권 황무 7년(228)년 지겸支謙이 역출譯出한 『대명도경大明度經』 6
권; 서진 무제 태강 7년(286) 축법호가 번역한 『광찬반야경光讚般若經』 10권;
서진 혜제 원강 원년(291) 무라차·축숙란이 한역한 『방광반야경放光般若經』
20권; 전진 부견 건원 18년(382) 축불념이 번역한 『마하반야초경摩訶般若鈔
經』 5권 등이 전기에 모습을 보인 반야계 경전들이다. 전기의 주요한 연구
법은 ‘격의格義와 연류連類’였다. 도교나 유교의 술어를 이용해 반야경의 철
학을 연구했다. 확립된 불교용어가 없었던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었는지도 모른다. 격의라는 말은 『고승전·권4·축법아전』, 연류라는
단어는 『고승전·권6·석혜원전』에 각각 용례가 있다.
19) 당시 중국에 들어와 살고 있던 외국인·외래인은 적지 않았다. 지겸 축법호 축숙란 강맹상 강승회
등은 모두 이들의 후손들이다. “(지겸의) 조부인 법도가 한나라 영제 때, 나라 사람 수백 명을 인솔하
고 귀화하자, 솔선중랑장이라는 벼슬에 임명했다(祖父法度, 以漢靈帝世, 率國人數百歸化, 拜率善中郞長).” [南朝
梁]釋僧祐撰·蘇普仁/蕭鍊子點校, 『出三藏記集』, 北京:中華書局, 1995, p.516. 축숙란의 경우도 비
슷하다. “축숙란은 천축 사람이다. … (아버지) 달마시라는 … 진나라로 망명해 하남 땅에 살며 숙란
을 낳았다(竺叔蘭, 本天竺人也. … 達摩尸羅 … 奔晉, 居于河南, 生叔蘭).” [南朝梁]釋僧祐撰·蘇普仁/蕭鍊子點校,
『出三藏記集』, 北京:中華書局, 1995, pp.519∼520.
20) 呂澄著, 『中國佛學源流略講』, 北京:中華書局, 1979,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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