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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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며 정신을 집중하는 법 즉 일종의 수식관數息觀이 실려 있다. 『음지입
           경陰持立經』은 5온·6처 등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부파불교의 상좌부가 중
           시한 경전이 안세고 번역의 주류를 이룬다.

             환제 말년인 167년 낙양에 도착한 지루가참이 - 『종리중경목록』에 의하

           면 - 옮긴 것이 확실한 것은 3부 14권,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경전은 9부
           12권이다. 반야의 지혜를 논한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 붓다를 바로 앞에
           나타나게 하는 삼매三昧에 관한 내용을 담은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 등을

           한역漢譯했다. 주로 대승계열로, 지참이 번역의 저본으로 사용한 경전은

           인도인 축불삭竺佛朔 갖고 온 것이었다.
             안세고나 지루가참이 각각 상좌부가 중시한 경전과 대승계 경전을 번역
           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후한 환제 시대 서북 인도의 지배자는 쿠

           샨왕조의 카니쉬카 대왕이었다. 쿠샨왕조의 수도는 오늘날 파키스탄의 폐

           샤와르,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갈 때 반드시 통과해야 되는 카
           이버 고개 부근에 위치한 이 도시의 당시 이름은 푸르샤푸르 였다. 그곳
                                                               18)
           은 설일체유부 교학의 중심지였다. 그들은 대승을 멀리했을 뿐 아니라, 심

           지어 다른 부파部派와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다른 부파와 대승학파는 다

           른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세고와 지루가참이 상좌부·대승계
           경전들을 중국어로 옮긴 이면에는 이러한 교파적 원인도 작용했다고 중국
           학자 뤼청(呂澄. 1896∼1989)은 『중국불학원류강의』에서 분석한다. 게다가

           당시 서역에서 중국에 들어와 상업에 종사하고 있던 사람들[來華人]이 적지

           않았다. 환제 말년엔 월지국에서 수 백여 명이 중국에 왔고 이들은 불교를






           18)  『법현전法顯傳』에는 “弗樓沙國”으로, 현장의 『대당서역기』에는 “布路沙布邏”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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