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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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증가해 교리를 알고 싶다는 무언의 요구가 점차 커지자 번역이 시작
됐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출삼장기집』 역시 안세고安世高 전기를 역
경자譯經者 전기 가운데 제일 먼저 싣고 있다. 도안(312∼385)이 편찬한 『종
리중경목록綜理衆經目錄』에도 안세고가 옮긴 『안반수의경』은 기록되어 있
다. 이런 저런 사실로 미루어 최초의 번역가는 안세고일 가능성이 크다. 안
세고보다 20년 늦게 중국에 도착한 지루가참支婁迦讖(줄여 지참支讖이라고도 한
다)이 뒤이어 역경에 종사했다.
안세고는 서역의 안식국(安息國. 파르티아. 지금의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서부에
걸쳐 있었던 나라) 왕자이며, 지루가참은 월지국(月支國. 박트리아. 아프가니스탄
동북부와 우즈베키스탄 남부에 걸쳐 있었던 나라) 사람이다. 당시 역경승들의
성姓은 대개 출신지역을 따라 붙였다. 안식국에서 왔으면 성姓이 안安, 월
지국에서 태어났으면 지支, 인도인에게는 축竺, 강거국(康居國. 소그드 지역,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 일대) 태생에게는 강康이라는 성을 주로 붙였
다. 본인의 고향이기도 했지만 선조의 출신지인 경우도 있고, 스승의 성을
따라 붙인 예例도 없지는 않다. 한족漢族으로 스승의 성을 따라 ‘축竺’성을
붙인 사람도 있다. 축도생竺道生이 그렇다. 그는 본래 ‘위魏’씨였지만 스승
축법태竺法汰의 성을 따라 ‘축’성을 갖게 되었다. 월지국에서 온 사람의 후
손인 축법호竺法護 역시 출신 지역에 따르면 ‘지支’성이 되어야 하나 스승 축
고좌竺高座의 성을 따랐다.
이름이 청淸, 자字가 세고인 안세고는 후한 환제 건화建和 초년(147) 낙양
에 도착했다. 『종리중경목록』에 따르면 안세고는 35부 41권의 경전을 번역
했다. 대표적인 것이 호흡법에 입각한 명상법을 설명한 『안반수의경安般守
意經』, 신체의 구성요소를 분석한 『음지입경陰持立經』 등이다. 『안반수의경』
의 ‘안’은 들숨[흡吸], ‘반’은 날숨[호呼]을 뜻한다. 들숨과 날숨의 숫자를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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