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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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초점은 육가칠종 가운데 어느 학파가 맞고 어느 학파가 틀린가
가 아니다. 중국인들이 번역된 불교경전을 놓고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해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경전
을 해석하고 연찬하며 중국 불교·불학의 내실을 다져갔다. 십육국과 뒤
이은 남북조라는 전쟁과 분열이 다반사였던 그 시기에 중국인들은 불교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땀을 흘렸다. 이런 것들이 쌓여 수
나라 당나라 시대의 찬란한 불교전성기가 열렸다. 승조가 공사상을 정확
히 이해할 수 있었던 이면에도 선학先學들의 공로가 있었다. 구마라집의 가
르침이 근본 바탕이지만, 선학들의 학문적 집적集積이 있었기에 ‘비유비무
를 정확하게 이해한 중국인’이라는 시들지 않는 사상적 월계관을 승조가
쓸 수 있었다.
서기 401년 장안에 온 구마라집 역시 많은 경전들을 번역했다. 그가 역
출해 낸 경전 중에는 반야계도 많다. 『마하반야바라밀경』(『대품반야경』) 27
권; 『소품반야바라밀경』 10권; 『금강반야바라밀경』 1권; 『불설인왕반야바
라밀경』 2권;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 1권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묘
법연화경』 7권; 『유마힐소설경』 3권; 『중론』 4권; 『십이문론』 1권; 『백론』 2
권; 『대지도론』 100권; 『십주비바사론』 17권; 『용수보살전』 1권; 『제바보살
전』 1권; 『성실론』 16권 등을 중국어로 옮겼다. 이러한 경전 번역에 참여하
며 승조는 자연히 공사상을 체득했고, 체득한 학식學識은 『조론』 저술에 중
요한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역경과 더불어 중국불교의 전진을 추동한 것은 위진남북조 시대의 주역
인 비한족계非漢族系 군주들이었다. 중원中原의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룬
그들은 불교의 발전과 변화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명멸했던 수많은 나
라 가운데 불교와 관련해 기억해야 될 국가는 갈족 석石씨의 후조(後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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