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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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말했다. ‘붓다를 세상에서는 세존이라 부르며, 국가가 받드
는 분이다. 동네의 소인으로 벼슬과 직위가 없는 자들이 붓다를
섬겨도 되는가? 출가자란 당연히 고결하고 곧고 바른 사람으로
능히 정심하게 수행을 거듭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진정한
출가자가 될 수 있다. 지금 출가자들이 많아졌지만, 간사하고
악독한 자가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 그런 자들은 진
정한 출가자가 아니다. 자세히 조사해 진짜와 가짜를 정확하게
구별함이 마땅하다.’
중서저작랑 왕도王度가 상주하여 아뢰었다. ‘무릇 왕이란 하늘
과 땅에 제사 지내고, 여러 신들을 제사로 섬긴다는 것이 법식法
式을 정리해 놓은 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법에 따르면, 하
늘 땅 그리고 여러 신들은 마땅히 제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
나 부처는 서역 출신으로 외국의 신이라 공덕이 중국 백성들에
게 베풀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천자와 중국의 백성들이 마땅
히 제사 드리고 모셔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과거 한나라 명제
가 부처에 관한 꿈을 꾼 뒤 가르침이 처음 전해졌습니다. 당시
서역 사람들만이 도읍에 사찰을 세울 수 있었고, 그들만이 부처
의 가르침을 믿고 제사 드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나라 백성
들은 모두 출가할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위나라도 그 제도
를 이어받아 한나라 법식에 준해 부처의 일에 관한 사안을 처리
했습니다. 지금 우리 대조(大趙. 후조를 말함. 존속기간 319∼351)가
하늘의 명을 받아 천하를 다스리고 있습니다. 마땅히 옛 법식을
쫓아 중국인과 서역인의 제도가 같지 않고, 중국인과 서역 사람
들이 서로 다른 부류이고, 섬기는 신 또한 동일하지 않고,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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