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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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불교 발전에 끼친 공적으로 보자면 고승이자 명승인  도안을 빼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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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없다. 불도징의 제자인 그가 중국불교에 기여한 업적은 크게 3가지다. 첫
           째는 반야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 그는 『도행반야

           경』에 정통했다. 게다가 『방광반야경』과 『도행반야경』을 비교 연구해 『집이

           주集異注』라는 책을 펴냈다. 책은 현존하지 않지만 도안의 실증적인 연구태
           도를 엿볼 수 있다. 365년부터 379년까지 양양에 머물 때는 매년 두 차례씩
           『방광반야경』을 강의했다. 특히 만년에는 『방광반야경』의 산스크리트어본을

           찾아내 번역자를 불러 다시 교정하고 번역하도록 했다. 『마하발라야바라밀

           경초』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도 산일되고 전해지지는 않는다. 반야경 연구를
           통해 도안은 ‘육가칠종’의 수준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공空사상을 구축했다.
              두 번째는 역경과 경전목록 편찬에 기여했다. 역경에 지대한 관심을 가

           져 ‘오실본삼불이五失本三不易’론 을 제창했으며, 양양에 머무를 당시 유행
                                      43)
           하던 번역본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종리중경목록 綜理衆經目錄』이라는 목록
           집目錄集을 편찬했다. 후대의 경전목록 편찬자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목·번역자·번역시기를 알 수 있게 제공했








           42)  고승과 명승은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혜교는 『고승전』 권14에서 말했다. “앞선 시대 이래로 전기傳
              記에는 흔히 ‘명승名僧’이라는 말을 붙였다. 그러나 ‘명名’이라는 것은 본래 본질에 비하면 손님이다.
              수행을 실질적으로 닦아도 빛을 감추면 덕과 경지가 높아도 이름난 것은 아니다. 반면 공덕이 적어
              도 시대에 영합하면 이름은 높아도 (덕·경지가) 높은 것은 아니다. 이름만 알려지고 경지가 높지 않
              은 이는 본래 (이 책 즉 『고승전』에) 기재될 사람이 아니다. 경지가 높으면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 사
              람들을 지금 여기 기록해 놓았다. 때문에, ‘명名’자를 없애고 ‘고高’자를 사용해 ‘고승高僧’이라 했다.”
              [南朝梁]釋慧皎撰·湯用彤校注, 『高僧傳』, 北京:中華書局, 1992, p.525. 혜교의 기준에 비춰도 도안
              은 명승이자 고승이며, 고승이자 명승임이 분명하다. 「승조편」이 끝나면 도안과 그의 제자 여산 혜
              원에 대한 이야기를 『고경』에 연재할 계획이다. 그래서 지금 소략하게 소개한다.
           43)  ‘오실본삼불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책을 참고하라. 呂澄著, 『中國佛學源流略講』, 北京:中華書局,

              1979, pp.60∼62; 후나야마 도루 지음·이향철 옮김, 『번역으로서의 동아시아』, 서울:푸른역사,
              2018, pp.16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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