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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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특성을 의미하는데, 이理나 법계法界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상相’
이란 겉으로 드러나 있는 형상이나 사물의 표상을 말하는데 사事나 인과因
果 등이 여기에 배대될 수 있다. 따라서 십의는 현상과 본질에 해당하는 성
과 상을 주제로 법계의 연기적 실상과 중도적 특성에 대해 설명하는 교설
이라고 할 수 있다.
열 가지 항목 중 첫째는 법계는 상相을 떠나 있다[離相]는 것이다. 우리
들의 눈앞에는 천차만별한 현상, 즉 온갖 상相이 펼쳐져 있다. 나와 네가
있고, 유정과 무정이 있고, 남자와 여자가 있고, 진보와 보수라는 것이 모
두 상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상이자 작용일 뿐 실체가 아니다.
법계의 실상이 모든 현상을 떠나 있다면 작용[用]에 해당하는 인과因果와
체體에 해당하는 법계는 서로 다르지 않다[不異]는 설명이 이어진다. 인과
[用]와 법계[體]가 둘이 아니라면 인과 역시 인과라는 특성이 무너짐으로
인과는 인과가 아닌 비인과非因果가 된다.
둘째, 법계는 성性을 떠나 있다[離性]는 것이다. 성性이란 달리 자성自
性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나무나 돌과 같이 개별적 존재의 본성을 말한다.
모든 존재는 자성이라는 개별적 실체가 있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다. 모든 존재는 자성이라는 개별성에 고립되어 있지 않고 연기緣起라는
보편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존재는 이렇게 전체와 연결되어 있고,
개별적 자성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자성無自性이라고 한다. 만약 법
계가 자성을 떠나 있다면 법계 역시 현상적 인과와 다르지 않은 불이不異의
관계가 된다. 존재의 실상인 법계와 눈앞에 펼쳐진 현상인 인과가 다르지
않다면 인과를 벗어난 법계도 따로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법계 또한 법
계가 아닌 비법계非法界가 된다.
첫째와 둘째 항목이 말하는 것은 인과가 곧 법계이므로 인과를 인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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