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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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고, 법계 곧 인과이기 때문에 법계를 법계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었다. 따라서 인과라는 현상과 법계라는 본질을 모두 부정하는 쌍차雙遮의
원리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셋째, 법계가 비록 자성을 떠나 있지만[離性] 그렇다고 자성의 작용이나
흔적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不泯性]. 법계는 자성이라는 개별적 존재
의 실체성을 초월해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허무적
멸의 공空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계의 존재들은 비록 개별적 자성이 공하
지만 무수한 작용[用]으로 드러나 있고, 다양한 현상[相]으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렇다면 법계란 어떤 초월적 대상이 아니라 무수한 작용들이 만들
어 내는 인과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법계도 법계라는 실체가 없
다는 비법계非法界가 선언된다.
십의의 둘째 항목에서 법계는 자성을 떠나 있기 때문에 법계의 실체성
을 부정[遮]했다. 하지만 셋째 항목에서는 불이不二의 논리를 통해 법계가
비록 자성이 없을지라도 무수한 작용과 현상으로 펼쳐져 있음을 통해 법
계를 다시 긍정한다.
넷째, 법계는 상을 떠나 있지만[離相] 그렇다고 상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不壞相]. 법계의 존재들은 비록 상을 떠나 있지만 모든 상이 완전히
무너져 없는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상은 상으로 존재한다. 결국은 상은 상
이라는 실체가 없는 것이고, 상이 없는 것이 곧 상이라는 논리가 된다. 색
즉시공色卽是空과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논리와 같이 색 밖에 따로 공이 없으
며, 공 밖에 따로 색이 없다. 그래서 아무리 상을 떠나도 상이 무너져 사라
지는 것이 아니며, 인과 그대로가 법계이므로 인과도 인과가 아닌 것이다.
첫째와 둘째 항목이 성과 상을 하나씩 부정하는 차문遮門의 관점에서 설
명했다면 셋째와 넷째 항목은 성과 상을 다시 하나씩 긍정하는 조문照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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