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P. 83
관점에서 설명했다. 따라서 여기까지의 설명만 봐도 법계는 쌍차雙遮하고
쌍조雙照하는 중도의 세계라는 요지가 드러난다.
쌍차쌍조하는 중도가 존재의 근본
다섯째, 상을 떠남[離相]이 곧 성을 떠남[離性]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현상으로서 상이 곧 본성에 해당하는 성과 다르지 않고, 성이 곧 상과 다
르지 않다. 성과 상은 존재의 본성과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라는 차별적 개
념이다. 하지만 성과 상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다섯째 항목의 요지다.
성이 상과 다르지 않다면 굳이 성이 있을 수 없고, 상이 성과 다르지 않다
면 굳이 상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성과 상, 인과와 법계가
모두 사라지는 쌍민雙泯의 상태가 된다.
여섯째, 무너지지 않음이라는 불괴不壞가 곧 없어지지 않음이라는 불
민不泯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불민이 곧 불괴이고, 불괴가 곧 불민이기
때문에 인과와 법계가 함께 존재하며, 눈앞에 동시에 나타난다. 위에서는
인과와 법계를 함께 사라지는 쌍차雙遮를 말했지만 여기서는 인과와 법계
를 모두 긍정하는 쌍조雙照를 말한다. 인과와 법계, 체와 용이 모두 긍정되
는 것이다. 위에서는 체가 곧 용이고, 용이 곧 체이기 때문에 체라 해도 안
되고, 용이라 해도 안 되는 쌍차를 말했다. 반면 여기서는 체가 곧 용이고,
용이 곧 체이기 때문에 체와 용이 함께 드러나는 구존俱存을 말하고 있다.
모두 중도의 원리에 대한 설명이다.
일곱째, 쌍존雙存과 쌍민雙泯이 서로 다르지 않아서 원융무애하다는 것
이다. 다섯째 항목에서는 성과 상을 부정하는 쌍민雙泯을 말했고, 여섯째
항목에서는 성과 상을 모두 긍정하는 구존俱存을 말했다. 그리고 일곱째 항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