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P. 57

다 같은 산이다.
              각자가 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만난 것이다.

              네 안에 자라는 늙음을 바라보며

              내 눈깔도 개나리처럼 노래진다.
              세상이 가장 따뜻할 때는
              날이 저물 때다.

              너의 뜨거운 소멸이

              내게도 물들어 빛난다.
              죽음 속에서나,
              우리는 비로소 반갑구나.




                계율戒律을 훤히 이해하고 철저히 지키는 스님을 율사律師라 한
                다. 1960년대 율사로 정평이 났던 자운성우(慈雲盛祐, 1911~1992)
                가 합천 해인사 주지 시절 미얀마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특히 부잣집에 가면 죄인이 된다.



                현지 최대 수도원에 귀빈으로 초청됐다. 스님들만 3,000명, 일하
                는 재가자까지 포함하면 4,500명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한국에

                서 온 큰스님을 공양하겠다며 그들이 진상한 음식을 보자마자 자

                운은 기겁했다. 밥술과 나물이나 몇 점 있어야할 식탁에, 소 돼지
                양 닭 오리 등 온갖 종류의 고기들이 거푸 올라왔기 때문이다.

                = 남이 주는 음식을 엎드려 먹으며 가난을 부끄러워하고 부모를 욕한다.





                                                                        55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