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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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했다. 민간 접근을 철저히 통제해 일반 백성은 볼 수조차 없었다. 목적
은 통치수단 때문이다. 대표 사례가 면죄부이다. 『바이블』엔 단어 하나도
없지만, 구매하지 않으면 천당에 갈 수 없다는 내용이 『바이블』에 기록돼
있다고 속여 돈을 벌었다. 종교권력이 낳은 문맹文盲 구조의 모순이자 착
취와 억압이 아닐 수 없다.
종이가 없던 시대에 경전은 목간과 죽간에 쓰고 새겼다. 내용은 우주자
연의 인식과 함께 도덕과 규정, 법률 등을 담았다. 자형字型 원리를 보면 보
다 쉽게 다가온다. 경經은 물줄기와 같이 세로로 곧게 뻗은[巠] ‘죽간’ 등을
엮은 것이고, 전典은 제사상에 바쳐 놓은 기록물 모양이다. 그러나 어디까
지나 경전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함허 선사는 반야송에서 외친다. “그 모든 것이 ‘여기로부터’ 펼쳐져 나
왔네!” ‘여기’가 어딘가? 공空이요, 생명이요, 진리이다. 대기를 수용하고,
지구뿐 아니라 해와 달에 두루 존재하고 있다. 모든 상황이나 상태를 만들
고[演出], 스스로 존재한다. 물론 세상 계급에 구속되지 않고, 생로병사를
초월한다. ‘여기這裏’ 그 자체도 존재케 하는 에너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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