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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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해설 66



                        서로 다른 문으로 들어가기



                                                   서재영 |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보여

           주며 선택하라고 한다. 어떤 약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그가 들어가 속하게

           될 세계는 달라진다. 빨간 약을 선택하면 현실의 허구를 깨닫고 진실을 위
           해 싸우는 레지스탕스의 길로 가게 되고, 파란 약을 선택하면 가짜 세계에
           서 펼쳐지는 안락한 삶에 안주하게 된다. 극단적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우

           리들의 삶에서도 이와 같은 양자택일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그리고 네

           오처럼 어떤 것을 택하는가에 따라 우리들의 삶도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
           이 현실이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남성과 여성, 네편과 내편 등 우
           리 앞에는 늘 선택을 강요하는 두 개의 문이 열려 있다.




             파란 약 빨간 약


             대개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두 개의 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일단 하

           나를 선택하면 그 세계의 질서와 힘에 갇히게 되고, 다른 문으로 드나드는

           자유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이항대립적 세
           계가 중생들의 세상이고 인간들의 삶이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문으로 들
           어가 대립적 구도 속에 서는 것을 ‘두 극단’이라는 뜻에서 ‘양변兩邊’ 또는

           ‘극단적 바라 봄’라는 뜻에서 ‘변견邊見’이라고 한다. 양변의 세계는 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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