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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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존재할 수 없고 인의 생성변화를 돕는 조연助緣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
지로 연도 연만으로도 있을 수 없고 연이 될 수 있는 인이 있어야 한다. 따
라서 인이 없으면 연이 있을 수 없고, 연이 없으면 인도 있을 수 없다. 인
과 연은 서로 의지하여 연기적 관계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서로 침투하고, 서로 의지하는 상입과 상의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개념
이 유력有力과 무력無力이다. 존재를 용의 관점에 설명하면 어떤 힘과 그 힘
의 작용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법장은 “모든 연의 역용力
用이 서로 의지[互相依持]하면서 서로 모습을 빼앗기[互相形奪] 때문에 온전
히 유력有力하다는 뜻과 온전히 무력無力하다는 뜻을 각각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연기가 성립된다.”고 했다.
서로 다른 존재가 상호 의지하려면 어떤 상황에서는 온전히 힘을 발휘
하는 유력의 상태에 있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힘도 발휘하지 않
는 무력의 상태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유력과 무력이라는 작용이 동시적
이면서 상호적으로 작용해야 하나의 관계적 작용이 성립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장은 “연기는 반드시 서로 의지하여 유력과 무력을 갖추어야 하니,
만약 한 가지 연이라도 빠지면[如闕一緣] 일체가 성립되지 못한다[一切不成].”
고 했다. 주체의 힘과 객체의 힘이 동시에 작동해야 연기적 관계가 작동한
다는 것이다.
하나의 상태에 작용하는 두 개의 힘
유력과 무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알의 씨앗이 새싹을 틔우는 상
황을 예로 들 수 있다. 한 알의 씨앗이라는 인因이 싹을 틔우려면 촉촉한
봄비, 따사로운 햇살, 토양 속의 자양분 등 수많은 조건 즉 연緣이 작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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