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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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파란 약을 분별하는 세계이며, 서로 소통하거나 동화될 수 없는 갈등
과 대립의 세계이다.
이와 같은 변견을 초극하려면 두 개의 문중에 하나만 선택하고, 그 속에
서 펼쳐지는 가치와 질서에 매몰되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와
남이 서로의 문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빨간 약을
선택한 사람이 파란 약도 먹어야 하고, 파란 약을 선택한 사람이 빨간 약
도 먹어야한다. 그런 인식과 실천 속에 아상我相이라는 자기중심적 울타리
가 해체되고, 분절된 너와 나는 하나로 통합되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화엄華嚴은 이와 같이 분별과 고립을 넘어 관계와 소통, 걸림 없는 자유
가 법계의 실상이라고 한다. 법계의 실상은 고립적 자성은 없다는 개체의
공성空性,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緣起, 온 우주가 걸림 없
이 소통한다는 무애無碍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현수법장은 이와 같은
법계의 원리를 ‘제법무애도리諸法無碍道理’라고 했다. 모든 존재들이 걸림
없이 상호소통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원리라는 뜻이다. 법장은 이런 원리
를 세 가지 개념으로 압축해 설명한다. 즉 서로 다른 문으로 들어가는 ‘이
문상입의異門相入義’, 서로 다른 몸이지만 본질은 같은 몸이라는 ‘이체상즉
의異體相卽義’, 본체와 작용이 상호 융합한다는 ‘체용쌍융의體用雙融義’가 그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이문상입異門相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서로 다른 문으로 들어감’이란 존재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므로 어떤
물리적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즉 갑·을, 동·서, 나무·
돌 등 서로 다른 존재들이지만 그들은 본질과 작용을 서로 공유하고 있음
을 설명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각기 다른 존재들이 분리된 존재들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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