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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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 산책 6



                “진리를 위해 초연히 홀로 걸어가리라”



                                                         벽송碧松 제원濟園 |시인





              11월엔 첫 눈이 내린다. 봄 꽃 소식처럼, 해마다 초겨울 연보annual

            report가 된다. 절기상 소설(小雪, 11/22) 전후 내리는데, 설악산 대청봉이 1

            보를 띄운다. 이 무렵 마을에선 김장을 하고, 시래기와 곶감 등을 엮어 단
            다. 눈과 바람속에서 해빙解氷을 반복하면서, 겨우살이 양식이 된다.



              하늘·바다에 가득한 수선修禪의 기백



              물이 나투는 천변만화, 즉 이슬-서리-안개-우박-얼음 등의 기본속성
            은 물[水]이다. 나투는 모습은 기온에 따라 다양하다. 백설을 비롯해 이슬

            과 서리, 안개와 우박, 그리고 얼음 등 다양하다. 물의 화신 가운데 절정은

            역시 함박눈이다. 그리고 싸락눈, 가루눈, 진눈깨비 등이 있는데, 별모양
            부터 부채와 육각기둥, 바늘 등 그 종류가 3천종이 넘는다.



                미천대업홍로설彌天大業紅爐雪

                하늘에 가득찬 대업은 붉은 화롯불에 있는 눈송이요
                과해웅기혁일로跨海雄基赫日露
                대양을 넘는 기틀은 밝은 햇볕에 이슬이네.

                수인감사편시몽誰人甘死片時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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