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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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도 있으나, ‘2행의 반절구半絶句’도 다수 전한다.
             우선, 어무적의 동시 ‘푸른 산 구름’엔 재치가 있다. 푸른 산이 손님에게
           인사하려고 흰 구름 모자를 썼다는 표현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일어난다.

           흰 구름은 ‘작자 미상의 2번째 작품’으로 이어진다. 천하의 모든 산엔 눈이

           가득하다. 노랑 달빛도 눈빛을 닮아 하얗게 변했다. 그 순간 겨울산의 공
           제선空際線이 뚜렷해진다. ‘다산의 동시’를 보면, 7세 어린이답지 않은 관찰
           과 분석이 있지만, 서경敍景은 산뜻하다. 아무리 큰 산이라도 멀리 있으면,

           가까운 작은 산에 가리기 마련이다. 시야에 펼친 모습 그대로 썼다. 한마

           디 꾸밈이 없다.
             마치 백자 달항아리를 보는 느낌이다. 천지가 데칼코마니 되어, ‘일원상
           의 원근遠近’을 비춘다. 동심의 세계가 선시의 기취機趣와 다르지 않다. 형

           식과 격조를 떠나 청정무구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나브로 설상雪上 돌기엔

           ‘금모래 빛’으로 초겨울 동심이 참 곱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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