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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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암 거사와 배우는 유식 3
마음만 존재 한다
허암 | 불교학자·유식
불교의 핵심인 마음에 대한 탐구는 붓다의 가르침에 그 기원이 있습니
다. 그러나 불교 내부에서 이 마음에 대한 탐구를 체계화시키고 완성시킨
사람들은 기원후 4-5세기경에 활동한 유가사(yogācāra, 요가를 실천하는 자)
들, 이른바 유식학파唯識學派였습니다. 이 유식학파에 의해 발전한 유식사
1)
상 또는 유식불교는 ‘오직 마음[識]만이 존재한다고 여기며 대상[境]을 부정
2)
(無)하는 입장’입니다. 이 말을 한자로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고 합니다. 유
식무경이라는 말은 원래 인도불교에서는 없던 용어입니다. 단지 인도불교
[유식학파]에서는 유식(vijñaptimātra, 오직 식뿐이다)이라는 용어만 사용했습
니다. 그런데 중국의 유식종파인 법상종에서 ‘유식’이라는 말에 ‘무경’이라
는 말을 첨가한 것입니다. 물론 ‘무경’이라는 말을 첨가했다고 해서 의미가
다른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유식’이라는 말 속에는 이미 ‘무경’이라는
의미가 전제된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중국불교에서는 보다 이해하기 쉽게
표현을 명확히 한 것뿐입니다.
1) 유식학파의 역사와 활동한 인물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2) 유식vijñaptimātra이란 문자 그대로 ‘대상artha을 부정하고 오직mātra 식(識, vijñapti)만이 있다’는 의미입니
다. 여기서 식識이란 마음을 뜻하며,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일체는 식[마음]이 변화한 것[唯識所
變] 또는 모든 존재는 자신의 마음[식]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一切不離識]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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