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P. 89

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실재하지 않는 나와 대상이 존재한
            다고 생각하여 집착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괴롭습니다. ‘나’와 ‘나의 것’
            은 단순히 언어가 만들어 낸 언어의 외침이지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물이 서로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이것을 다음과 같은 문답으로 증명해 봅시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손을

            보여주세요. 이 손은 누구의 손입니까?”라고 질문하면 그 사람은 “내 손입

            니다.”라고 즉각 대답합니다. 그런데 이 대답 중에 ‘나’와 ‘손’이라는 두 개
            의 명사가 있습니다. 명사는 ‘사물’을 지시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제
            가 “손이라는 명사가 지시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죠.”라고 하여 이

            것을 확인시켜 주고, 다음에는 “그렇다면 ‘나’라는 명사가 지시하는 것을

            봐 주세요.”라고 제가 다시 질문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조금 생각합니
            다만, 갑자기 곤란함을 느끼고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어떤 사람은 ‘신체 전
            부’라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못 찾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이런 문답을 많은 사람에게 해 보았습니다만, 누구 한사람 ‘나’를 발견

            한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라는 언어의 외침뿐이기 때문입니다.
                                                                       6)
              이것을 유식학적으로 설명하면 대상은 존재하지 않아도 마음은 존재한
            다는 것[유식무경]입니다. 즉 대상 없이도 우리의 마음[인식]은 성립한다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유식무경에 대한 설명으로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물





            6)  요코야마 코이츠 지음·김명우 역, 『마음의 비밀』, 민족사, 2015.



                                                                        87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