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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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대한 비유 입니다. 이것을 ‘일수사견一水四見의 비유’라고 합니다. 이 비
           유는 생물의 종류가 다름으로 인해 동일한 대상도 다른 것으로 인식한다

           는 것을 밝힘으로써 ‘유식’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즉 동일한 물[대
           상]이 아귀에게는 고름 등의 더러운 물로, 물고기에게는 사는 장소[집]로,

           사람에게는 음료나 목욕물로, 천인에게는 보석으로 가득 찬 연못으로 보
           인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생물 각각의 마음[아뢰야식]에는 무한한 과거로부
           터 행한 행위[경험, 내력]가 종자로써 보존되어 있는데, 인식[지각]은 바로 그

           러한 과거의 내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일본 법상종[유식종]의 본사 중의 하나인 흥복
           사에 전해지는 일화입니다. “손뼉을 치면 물고기는 먹이를 주는 것으로 듣
           고서 몰려들고, 새는 놀라서 도망치고, 여관에서 시중드는 여자는 손님이

           차茶를 재촉하는 소리로 듣는다.”는 말도 인식[지각]이 얼마나 내력에 의존

           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예입니다. 다시 말해 손뼉을 치면 나는 동
           일한 소리를 물고기·새·시중드는 여자가 지금까지 각각 경험한 것[내력]
           을 바탕으로 ‘먹이를 주는 것’, ‘위험이나 놀라움’, ‘차를 재촉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유식사상은 지극히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지각이나 인식이 얼마나 인식 주체자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주관적인가
           를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유식무경의 가르침은 존재하지 않는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면

           살아가는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꿈에서 각성한 자, 즉 깨달은

           자[부처님]만이 체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세친 보살은 『유식





           7)  세친 보살이 저작한 『유식이십론』에 등장하는 비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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