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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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론』 마지막 게송에서
“나는 스스로의 능력에 따라 유식성[유식의 진리]이 성립하는 것
을 논구했다. 그러나 유식성의 전체는 사유되지 않는다. 이 유
식의 전체는 나와 같은 자에 의해서 사유될 수 없는 것이다. 왜
냐하면 그것은 개념적 사고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면 그 모든 것은 누구의 경계[인식대상]인가? 그것은 붓다의 경계
이다. 그 유식성은 붓다와 세존들의 경계이다. 왜냐하면 붓다와
세존들은 어떤 장애도 없고, 모든 존재 방식, 모든 알아야만 할
것(所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8)
이처럼 위대한 세친 보살과 같은 분도 체득할 수 없는 유식의 진리를 평
범한 범부인 내가 과연 가능할까? 그렇지만 부처님께서 설하신 ‘일체중생
실유불성’이라는 가르침에 따라, 그 가능성을 믿고서 단악수선(斷惡修善, 악
을 끊고 선을 닦는다)하면서 노력 정진하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독자들께서도
문혜聞慧, 사혜思慧, 수혜修慧를 통해 긴 밤의 꿈에서 깨어나 유식무경을 체
험해 보시기를!
8) 『유식불교, 유식이십론을 읽다』, 효도 가즈오 지음·김명우 역, 예문서원, 2013.
허암 불교학자. 유식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유식삼십송과 유식불교』·『마음공부
첫걸음』·『왕초보 반야심경 박사되다』·『범어로 반야심경을 해설하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마음
의 비밀』·『유식불교, 유식이십론을 읽다』·『유식으로 읽는 반야심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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