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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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조론』은 (내포內包가) 넓으면서도 심원하고 간명하면서도 함축적
            이라는 칭찬을 받은 지 오래되었고, (『조론』의) 말과 글 그리고 논증은 실상
            을 깊이 체득하고 변재에 능숙한 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나 문

            재는 진실로 『조론』은 대승의 오의奧義를 여는 열쇠이자, 진여의 바다에서

            유희遊戱 자재自在하는 큰 배이며, 권대승權大乘과 소승을 실어 나르는 균형
            잡한 수레이며, 삿된 견해를 뽑아내는 올바른 교설敎說이며, 진정으로 일
            승의 가르침을 크게 외친 올바르고 고상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欲乎! 吾人之性學者 , 先著鞭於此, 此而通, 則大方之理弗虞而妙獲者
                               28)
            矣. 嗟呼! 姚秦迄唐二百餘載, 歷賢首、清涼、圭山 賢聖之僧, 皆援之以斷大
                                                    29)
                                       30)
            義, 獨不為發揮其曲要, 以召方來 , 致令諸說, 鑿柄 紛綸 , 莫知所以, 裁
                                                       31)
                                                            32)
                                33)
            之之正, 乃因暇日, 謹摭 諸先覺之說, 別為訓解, 以授座下. 愧夫! 迫於緣
            冗. 每釋義引據, 弗獲課虛細以討求. 冀同衣同德之士, 恕以荒斐失而正之
            可也.
              우리 화엄학자들이 먼저 여기서 채찍질해 『조론』에 통달한 뒤 어려움 없
            이 대승의 근본을 체득하기 바라노라! 아아! 후진後秦에서 당나라에 이르

            는 2백 여 년 동안 현수법장·청량징관·규봉종밀 등 역대의 현명한 성

            승聖僧들은 모두 『조론』에 의지해 대의를 결택決擇했다. 다만 『조론』의 왜곡







            28)  『명고승전 권제2·문재전』에 “구족계를 받은 후 여러 강석講席을 다니며, 현수의 학문을 배웠다[自受
              具後遍游講肆, 盡得賢首之學].”라고 나온다. 문재가 화엄종 학승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성학자性學者는 화
              엄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29)  규산圭山은 규봉종밀을 가리킨다.

            30)  방래方來는 ‘장래에’라는 뜻이다.


            31)  착예鑿枘는 장붓구멍과 장부로 ‘서로 잘 맞지 않다’는 의미다.

            32)  분륜紛綸은 혼란하다, 많다, 바쁘다 등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혼란하다는 의미다.
            33)  척摭: 취하다, 답습하다. 습용襲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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