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P. 83

다려주지 않는다. 강물을 움켜쥐었다는 자를, 나는 본 적이 없다. 현재에
            대한 착각은, 무슨 일이든 쉽게 생각하고 사람에게 쉽게 상처 주는 ‘욜로
            yolo’들만 양산한다.




                통도사 경봉정석(鏡峰靖錫, 1892~1982)은 1982년 7월17일 입적
                했다. 생의 마지막을 앞둔 스님에게 제자 가운데서 누가 물었다.

                = 살아서 못한 효도 죽어서라도 할라치면, 꼬박꼬박 묘소를 찾아가라.



                “스님이 가시고 나면 어디서 스님의 모습을 뵐 수 있겠습니까?”
                = 다리가 아프니, 위안이 될 것이다.



                그는 좌우로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야반삼경夜半三更에 대문 빗

                장을 만져 보거라.”
                = 너도 곧 죽을 테니, 면피가 될 것이다.



              대낮에는 대낮만 보인다. 세상이 너무 밝고 환하게 드러나 있어서, 그들

            은 무방비가 된다. 봄볕에 취하면 가슴이 달아올라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
            도 가지고 싶다. 꽃망울을 손끝으로 건드리면 ‘톡’ 하고 터지면서, 내 앞에
            서 막 옷을 벗을 것만 같다.




              다만, 아무리 뜨거운 여름날이어도 밤은 온다. 호수에 반짝이는 햇살은
            그러나 깊이 상심한 마음 쪽에서 응시하면, 깨진 유리조각으로 보인다. 주
            간晝間에 부지런히 나다녔을 열기들은, 천지 곳곳에 부딪치느라 때로는 상

            처도 줬을 열기들은 빠르게 내려앉아 식는다. 땅거미 주변에는 녀석이 먹



                                                                        81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