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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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흘린 빛들의 시체들이 널려 있다.
산사의 여름밤은 특히 쌀쌀하다. 대낮에도 조용히 지내서 그런 모양이
다. 쇠로 만든 문빗장은 더욱 차갑다. 한밤중 견고한 냉기는 두 눈을 부릅
뜬 듯 매섭다. 남들 다 자고 있는데 혼자만 깨어있는 것 같다. 삼경三更은
오후11시부터 오전1시까지를 가리킨다. 옛 스님들은 과거의 시간 개념을
쓰면서 우직하게 살았다. 굳게 닫아 건 마음에는 어둠이 틈입하지 못한다.
나도 문빗장이 되고 싶다. 수행이 부족했다면, 쇳가루라도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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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걷힌다.
네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그가 예정豫定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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