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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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기행 7



                            ‘장葬’과 ‘조弔’를 읽다



                                                 최재목 | 영남대 철학과 교수·시인





             슬슬 나는 평소 장례는 검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

           신이 죽어서 어떤 과정으로,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떻게 묻힐 것인지를 미

           리 잘 생각해두고, 그 내용을 유언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죽은 뒤에는 누
           구나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산 자들의 손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판
           단과 처리방식에 내 맡겨진다. 그러므로 자신이 자신의 주검처리를 진지

           하게 고려하고, 기록해두지 않으면 스스로 원했던 방식대로 자연으로 돌

           아갈 수 없다. 그냥 편의적으로 ‘처리 된다’. 내 죽음이 남아있는 자들에 의
           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판단되고 해석될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나의 종언을 미리 규정해둘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마지막을 위한 ‘노트’를,

           평소 작성해두는 것도 좋겠다. 격이 있는 죽음, 존엄한 죽음은 스스로 준

           비해야 얻어지는 것이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후한 장례[厚葬]’와 도굴의 풍경




             중국사상사에서는 일찍이 장례에 대한 검소함[薄葬]과 후함[厚葬]을 두고
           유가와 묵가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유가는 나와 남, 내 핏줄
           과 남 핏줄 사이의 사랑함[愛]에 ‘친소후박親疎厚薄’이 있음을 인정하여 차등

           적-원근법적 사랑인 ‘별애別愛’를 주장한다. 이에 비해 묵가는 무차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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