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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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와 책의 향기 4



                        초기 선종과 북종선 연구서



                                               화중우火中牛 | 불교학자·자유기고가





             비교적 담백淡白한 맛을 자랑하는 한국 불교계와 불교학계에 그나마 ‘학

           술적學術的 담론談論’이 끊이지 않고 산출되는 분야 가운데 한 곳이 선종사

           와 선학사상 파트다. 적지 않은 학자들이 강단講壇에서 간간이 논문과 저
           서를 발표하거나 펴내고 있고, 매년 동안거·하안거 때마다 수천 명에 달
           하는 선객禪客들이 선원 문지방을 오르내리며 화두話頭와 씨름하고 있기에

           대단히 풍성하게 보인다.

             그런데 한 걸음만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
           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강단이나 선원에서 거양擧揚되
           는 주요 화제話題는 당나라의 혜능·마조·임제·운문·조주, 송나라

           의 원오·대혜와 관련된 정도에 불과하다. 남종선과 화두선에 변재辯

           才와 화력話力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선학사상 전개에 영향을
           끼친 중국선학사상의 발전 과정에 역경譯經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위진
           남북조 시대의 중국불학이 선사상 태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선의 사상적 토대는 어떤 것인지, 이른바 소승선과 대승선의 차이는 무

           엇인지, 북종선과 남종선은 사상적으로 정말 완전히 다른 것인지, 선이
           추구하는 것이 과연 대승불교의 실천방향과 일치하는지 등은 논의의 대
           상에 대개 오르지 못한다. 논의하는 화제話題가 상당히 좁은 것이다.

             사실 선禪사상의 전개는 불교사상의 발전에 좌우되어 왔다. 선이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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