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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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연기라는 관계적 맥락을 통해 환유로서 존재함으로 유이
           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의 틀 속에 갇혀 있는 확정적 유라면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을 수 없고 연기하지 못한다. 모든 존재는 자신의 틀을 고집하지

           않는 공성空性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존재와 상호작용하면서 연기할 수 있

           다. 이처럼 연기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유이고, 또 한편으로는 실체적 개
           체가 없기 때문에 공이다. 연기하기 때문에 개별적 유도 존재할 수 없고,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는 무도 아닌 비유비무의 관계가 성립된다. 결국 부

           정인 차遮와 긍정인 표表가 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부정이 곧 긍정이 되

           고, 긍정이 곧 부정이 된다.
             두순은 긍정과 부정의 관계를 먹구름과 햇살의 관계로 비유한다. 구름
           이 걷히면 해가 드러나고, 해가 완전히 드러나면 구름은 저절로 사라진다.

           따라서 구름이 걷혔다는 말이 곧 해가 드러났다는 말이고, 해가 드러났다

           는 말은 구름이 걷혔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차정이 그대로 표덕이고, 표
           덕이 그대로가 차정이 되는 것을 차표원융이라고 한다. 차정과 표덕을 적
           절히 활용할 때 대화는 깊이를 더하고, 문답은 진리로 인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
             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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