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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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지눌은 반조를 통해 공적영지에, 곧 공허한 적막과 신령한 지각
            내용(내지 지각)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해진 공적 영지는 앞서
            말한 진심을 가리키는데, 이 진심이 반조의 노력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이

            다. 지눌은 이러한 반조가 진심과 망심을 변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심

            과 망심을 변별하는 의식은 앞서 말한 선반성적 의식이 아니고, 오히려 반
            성적 의식이다. 지눌은 반조, 곧 반성적 의식을 통해 진심, 무지이지, 공적
            영지, 원조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현상학의 용어로 말

            하면, 우리는 반성적 의식의 변별작용을 통해 선반성적 의식 상태에 도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지눌이 말하는 반조는 심4분 중 자증분의 작용인가, 증자증분의 작

            용인가? 증자증분의 작용이다. 왜냐하면 자증분은 현재의 견분을 반영反

            映하며 저장하는 작용이고, 증자증분은 자증분이 저장하는 현재의 견분(달
            리 표현하면 현재의 견분을 저장하는 자증분)을 반성反省하며 진망을 변별하는 작
            용이기 때문이다. 반영과 반성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가? 반영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자동적 작용인 반면, 반성은 우리가 어찌할 수 있

            는 의지적 작용이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증분의 반영과 증자증분
            의 반성이 모두 현재의 견분에 관련된 것들인 한에서, 반영에 가까운 반성
            이 가능하지 않은지를 물어볼 수 있다.




              3. 심리학자인 아마데오 조지는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방법들과
            심리학 속에서의 그것들의 적용에 관해」라는 논문에서 후설의 방법과 하이
            데거의 방법을 심리학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필자

            에게 특히 흥미로웠던 대목은 그가 의식에 반성적reflective 기능도 있고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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