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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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며 미워하지도 않고 애착하지도 않는다.”
여기서 지눌이 진심을 풀이하여 말한 ‘앎이 없이 앎’, 곧 무지이지無知而
知는 ‘무분별의 지각’[무분별지지無分別之知]에 해당하고, 서양 현상학의 용어로
말하면 반성 이전의 의식 상태, 곧 선반성적 의식 상태에 해당한다. 수행자
들은 이런 무분별의 지각에 도달하는 수행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분별의 지각에, 곧 원조에 도달할 수 있는가? 지눌은 그 방법으로 외부
로 향하던 시선을 되돌려 마음을 비추어보는 것, 곧 반조返照를 권고 한다:
“만약 몸소 반조返照의 노력이 없고 다만 고개만 끄덕이면서,
‘현재 지금의 아는 마음이 곧 붓다의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사람
은 확실히 [나의 말의] 뜻을 얻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너는] 눈앞
에 있는, 거울에 지각된 것이 공적영지(空寂靈知, 공허한 적막과 신
령한 지각내용)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가? 진심과 망심을 변별
하지 않는 자가 마음을 깨달은 사람이겠는가? 응당 알아야 하
니, 내가 말하는바 마음을 깨달은 사람은 단지 언설로 의심을
제거할 뿐만이 아니라, 직접 이 공적영지라는 말을 붙들고 반조
의 노력이 있고, 이 반조의 노력으로 인해 생각이 여윈 마음의
본체를 얻은 사람이다.” 2)
1) 若眞心者. 無知而知. 平懷圓照故. 異於草木. 不生憎愛故. 異於妄心. 即對境虚明. 不憎不愛.(지눌, 「眞心
直」說, 『普照全書』, 普照思想硏究院編, 佛日出版社, 1989, 65쪽)
2) 若無親切返照之功, 徒自點頭道, 現今能知, 是佛心者, 甚非得意. 豈可認目前鑑覺爲空寂靈知. 不辨眞
妄者, 爲悟心之士耶. 當知吾所謂悟心之士者, 非但言說除疑, 直是將空寂靈知之言, 有返照之功, 因返
照功, 得離念心體者也.(지눌, 「法集別行錄節要幷入私記」, 『普照全書』,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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