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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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


              부처님께서 싯다르타 태자로 태어나 출가 수행자가 되어 오랜 수행을

            통해 깨달아 중생 구제의 길로 들어선 것을 우리는 항마성도降魔成道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욕망 세계의 주인공을 마왕으로 여겼고 욕망이 다스려

            진 평화로운 내면을 깨달음인 부처님으로 대비시켰다.
              부처님의 일대기에서 욕계欲界의 주인공인 마왕 마라는 주로 언제 나

            타났을까? 부처님의 출가·성도·열반 장면에 어김없이 그는 등장하고
            있다. 마왕이 위력을 발휘하는 최대의 순간은 불교의 시작을 의미하는 항

            마성도 때이다.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다양한 욕망의 세계를 석가보살
            앞에 펼쳐 보이는 마왕은, 항마성도 장면에서는 겁박과 패배의 모습을 모

            두 보여준다. 딸들을 앞장세워 석가 보살을 유혹하기도 하고 군대를 동원
            해 위협해 보지만, 결국 이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다. 부처님의 일대기

            를 표현한 불전미술에서는 이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데 주저함
            이 없다.

              간다라의 항마성도 불전도를 보자. 부처님께서 마왕에게 이르길 “그대
            는 전생에 착한 일을 한 가지 한 인연으로 천상에 태어났지만 나는 무수

            한 세월 동안 공덕을 쌓아왔다”고 하셨다. 이에 마왕은 “그것을 누가 증
            명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부처님께서 손으로 지신地神을 부르니 지

            신이 부처님의 과거생의 공덕을 증명했다고 한다.
              <사진 4>는 부처님과 마왕과의 결전을 다룬 불전 경전의 내용을 잘 표

            현하고 있다. 부처님은 왼손으로는 가사 자락을 잡고 오른손을 내려뜨려
            지신을 부르고 있다. 대좌의 풀잎 사이로 고개를 들어 합장하고 있는 여

            인은 부처님께서 전생에 쌓은 공덕을 증명하고 있는 지신이다. 간다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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