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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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가 곧 선이고, 선이 곧 교이며

                얼음은 본래 물이고 물도 원래 얼음인 것을.
                선과 교가 둘이 아님을 알고자 한다면

                수미산의 최상층을 보라.



                지도종래무피아至道從來無彼我   내하군배투종능奈何君輩鬪宗能
                선은양사개왕화先恩兩寺皆王化   난엽동사일불승難葉同師一佛乘

                교즉시선선즉교敎卽是禪禪卽敎   빙응원수수원빙氷應元水水元氷
                욕지선교진무이欲知禪敎眞無二   간취수미최상층看取須彌最上層


              지극한 도의 관점에서 보면 선·교의 나눔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선종 본찰 봉은사와 교종 본찰 봉선사는 다 같이 법왕의 교화이고, 선종
            의 초조 가섭과 다문제일의 아난이 일불을 섬겼다는 사실도 같은 이치이

            다. 교가 곧 선이고, 선이 곧 교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얼음은 본래 물
            이고 물도 원래 얼음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선·교 어느 한 쪽에 치우치

            면 전체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선사는 선·교가 둘이 아님을 알고자 한다
            면 수미산 정상을 보라고 했던 것이다. 수미산에서 내려다보면 모든 산길

            은 수미산에 오르는 여러 갈래의 길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우는 진리의 대본과 대용, 권도와 상도를 대비시키며 유·불

            이 무이無二의 도임을 밝히고 있다. 형상 없는 도가 결코 두 갈래로 분리
            될 수 없는 일원一元의 도임을 밝히고, 그 예를 물과 파도, 얼음과 눈을 들

            어 설명하고 있다.



                여기 한 물건이 있으나 잡을 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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