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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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 산책 9
“선·교가 둘 아님 알려면 수미산 최상층을 보라”
백원기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문학평론가
조선 중기 숭유억불의 시대에 꺼져가던 법등을 밝힌 허응당 보우
(1509~1565)는 문정왕후의 발탁으로 선종판사가 되어 목숨을 걸고 불법을
수호하고 불교중흥을 위해 진력을 다하였다. 하지만 요승妖僧이라 낙인이
찍혔던 보우는 문정왕후가 죽자 제주 유배 끝에 장살杖殺 당하는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그가 남긴 저술로는 『허응당집』 상하 2권, 『선게잡저』·
『나암잡저』·『권념요록』 각 1권 등이 있다.
보우는 선·교 회통, ‘일정론一正論’에 기반 한 유·불 회통, 원융무애의
사상으로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상호 공존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사상
을 지닌 보우는 시심詩心을 시마詩魔라 표현할 정도로 시 창작에 대한 지
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옥같은 많은 시를 생산하였다. 그의 선·교 회통의
사상은 선이 부처님 마음[불심佛心]이고, 교는 부처님 말씀[불어佛語]이니,
선·교가 둘이 아닌데 양분되어 상쟁相爭하고 있음에 대한 경책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지극한 도는 종래에 너와 내가 없는데
어찌 그대들은 종의 우열을 서로 다투는가?
봉은, 봉선 두 사찰은 모두 왕의 교화요
아난과 가섭은 일불을 섬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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