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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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두 끝으로 나눌 수 있는가?
물과 물결은 원래 같은 습한 것이며
얼음과 눈도 본래 다 차가운 것.
도를 어찌 유불로 나눌 수 있으리오?
사람들이 창과 방패를 세운 것일 뿐.
슬프도다, 어리석은 후배들이여!
그림자로 알면서도 다투어 잡으려 하네.
유물몰파비有物沒巴鼻 수능분양단誰能分二端
수파원홍습水波元共濕 빙설본동한氷雪本同寒
도개분유석道豈分儒釋 인응수극간人應竪戟干
감차광후배堪嗟狂後輩 인영쟁추반認影競追攀
1)
표면적으로 물과 파도는 분명히 다르지만 습하다는 점에서 동일하고,
얼음과 눈도 겉으로는 이질적인 것이나 차갑다는 점에서 같은 것이라는
아주 평범하고도 알기 쉬운 예를 들어 유·불의 원리도 같은 이치임을 펼
치고 있다. 이어 도를 배우고자 하는 자들이 도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채
분별심으로 창과 방패를 나누어 비춰진 그림자만을 보고 도의 실체 인줄
로 착각하여 싸우는 어리석은 행동을 경책하고 있다.
한편, 모든 존재는 저마다 지닌 법성으로 차별이 없고 평등하게 존재
한다. 선사들이 선심禪心을 노래함에 있어서도 역시 안과 밖의 경계가 둘
1) 『허응당집』 상권, 「차옥사축운병서次玉師軸韻幷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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