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P. 34

이 아님[불이不二]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보우는 마음

           과 경계가 둘이 아닌 경지를 철저히 깨닫고 난 뒤의 환희심을 다음의 시
           에서 극화하고 있다.



                경계와 마음, 마음과 경계가 다른 경계 아니니

                대지에 가득한 산과 강이 무엇인고?
                적적한 가을 산봉우리에 성긴 비 지나가고

                바람 앞에 푸른 풀잎 너울너울 춤추네.



                경심심경경비타境心心境境非他   만지산하시십마滿地山河是什麼
                적적추잠소우과寂寂秋岑踈雨過   풍전청초무파사風前靑草舞婆娑


             모든 경계가 일심이고, 일심이 모든 경계라는 일심묘용의 경지를 멋지

           게 묘출하고 있다. 즉 경계와 마음, 마음과 경계가 다른 경계가 아님을 자
           연의 한결 같은 모습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모든 존재의 변함없는 모습

           을 적적한 가을 산봉우리에 성긴 비 지나가고 바람 앞에 푸른 풀잎 너울
           너울 춤추는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다. 깨침을 얻은 후의 고졸하고 적요한

           조응의 세계가 참으로 이채롭다. 이렇듯 분별심을 털어 버리고 모든 존재
           가 동근동체임을 자각할 때, 우리는 마음의 눈을 뜨고 밝은 지혜를 얻게

           된다. 깨닫고 보면 일체 분별과 망상이 없고 얽매임 또한 없으며, 물아일
           체의 경지 그대로다. 선사의 이러한 만물교감의 인식은 다음의 시에서도

           한결 깊어진다.



                산이 딴 생각 있어 나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고



           32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