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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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른 생각 없이 푸른 산 빌려 쓰고 있으니
내가 곧 산이요 산이 곧 나인지라
흰 구름 사이에서 마주보고 있는 줄 모르노라.
산비유의용빈도山非有意容貧道 빈도무심가벽산貧道無心假碧山
아즉시산산즉아我卽是山山卽我 부지상대백운간不知相對白雲間
하늘과 땅이 한 뿌리이니 나와 사물 또한 한 몸이라는 인식이 선명히
표현되고 있다. 산이 다른 생각 있어 나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고, 내 자신
도 다른 생각 없이 산을 대하고 있으니 내가 곧 산이고, 산이 곧 나이다.
이미 자연은 관조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그대로 물物인 것이다. 이 경지
가 ‘흰 구름 사이에서 마주 보고 있는 줄을 모른다’는 시행에서 구체적으
로 드러난다. 흰 구름과 마주 대하고 있지만 서로 마주하고 있는지를 모
르는 경지, 즉 주객의 차별이 없는 경지, 그것이 곧 내가 산이고, 산이 나
인 경지이다. 그야말로 물아일체物我一體이다.
한편, 보우는 화엄세계의 본래 부사의한 묘체를 잘 표현한 「화엄부사
의묘용송 2」에서 ‘참다운 묘용을 알고 싶다면 일상에서 천연스러움을 따
라라’라고 하여 차 마시고 잠 잘 자는 일을 모두 하늘의 이치에 맡겨 자연
스러움을 잃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묘용이라 했다.
진실로 묘한 작용 알고 싶다면
일상사 그대로가 그것이네
물 길어 차 달여 마시고
자리에 올라 다리 뻗고 잠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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