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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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는 날아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고
물고기는 뛰어 올랐다가 깊은 못으로 들어가네.
만물은 힘차게 약동하여 중단되는 일 없으니
푸른 구름 먼 산마루에 일어나네.
옥지진묘용欲知眞妙用 일용사천연日用事天然
급수팽차음汲水烹茶飮 등상전각면登床展脚眠
연비횡벽한鳶飛橫碧漢 어약입심연魚躍入深淵
발발무간단潑潑無間斷 청운기원령靑雲起遠嶺
선이 강조하는 것은 분별, 조작, 시비를 떠나는 평상
심이다. 여기에서 선사는 화엄의 묘용이 바로 천연스러
운 일상생활에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천연스러운 모
습은 목마르면 물을 길어 차 달여 마시고 피곤하면 다리
뻗고 잠자는 일상의 삶이다. 아울러 그 천연스러움은 새
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유영하며 솟아올랐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며, 부단히 계속되는 만물의 활동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모두
는 자연의 이법에 따른 무위의 진리적 표현이다. 마지막 시행 ‘구름이 먼
산마루에 일어난다’는 대목에는 ‘평상심이 곧 도’라는 선지가 담지되어 있
다. 이 평상심이 곧 무심이고 무상이며 무념이다. 그래서 선은 직관을 중
시하여 불립문자, 교외별전으로 언어문자를 초월한다. 깨달음은 어떠한
말이나 기호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두두물물
이 곧 불법의 현현顯顯임을 의미한다. 그것이 바로 하나 되는 선의 세계
요, 화엄의 묘체이다. 보우가 선승으로서 사물에 대한 관조의 사유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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